Sam’s Club 음료·생활용품 코너 — 콜라 35캔에 $18.78, 이게 미국 장보기다

미국 생활 20년, 장을 볼 때마다 꼭 카트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콜라, 생수, 그리고 휴지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코너 앞에 섰는데, 유독 매장 분위기가 평소와 조금 달랐습니다. 진열대에 붙은 가격표가 전부 화사한 노란색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Instant Savings’, 즉시 할인 세일이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미국 창고형 마트에서는 이 노란색 가격표의 유무가 장보기의 성패를 가를 만큼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곳에서 장을 오래 본 사람들은 멀리서도 노란색만 보면 직감적으로 압니다. “아, 노란색이 붙은 날은 일단 무조건 사야 되는 날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콜라 35캔이 $18.78 — 미국은 스케일부터 다르다

오늘 음료 코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Coca-Cola 35캔들이 거대한 박스였습니다. 가격은 세일이 적용되어 단돈 $18.78이었습니다. 캔당 가격으로 환산해 보면 고작 54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 셈입니다. 요즘 LA 현지 편의점이나 주유소에 가서 콜라 한 캔을 집어 들면 거의 $2에서 $3까지 받아 가기도 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Sam’s Club에서는 35캔 한 박스를 통째로 사야 이 압도적인 가격이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식 장보기의 본질입니다. 낱개로 감질나게 사는 대신, 한 번에 많이 사고 대신 훨씬 싸게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미국인들은 홈파티, 야외 바베큐, 교회 모임, 생일 행사 때 음료를 정말 물 쓰듯 많이 준비하기 때문에 이런 대용량 박스 문화가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오늘도 주위를 보니 카트에 콜라 박스를 두세 개씩 든든하게 쌓아 올리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Sprite와 Sunkist 같은 다른 탄산음료 종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Sprite 35캔 박스도 콜라와 똑같이 $18.78에 나와 있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피자, 햄버거, 바베큐처럼 기름진 음식을 워낙 자주 먹다 보니 소화제처럼 청량한 스프라이트도 정말 자주 마십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Sunkist Orange 36캔, 7UP 36캔 박스도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가격은 각각 $17.98 선이었습니다. 캔당 가격이 거의 50센트 수준까지 떨어지니, 이 정도 되면 밖에서 낱개로 음료를 사 먹는 게 오히려 큰 손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래서 미국 가정들은 대부분 집 창고나 차고(Garage) 한구석에 이런 음료 박스를 종류별로 몇 박스씩 든든하게 쌓아두고 지냅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저 많은 걸 언제 다 마시나 싶었지만, 살다 보니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손님들이 오거나 모임이 있을 때 한 번 사두면 정말 요긴하고 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오늘 가장 놀란 건 생수 가격이었다

사실 오늘 음료 코너에서 진짜 제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것은 콜라가 아니라 생수 가격이었습니다. 자체 브랜드인 Member’s Mark Purified Water 40병짜리 대형 묶음이 고작 $3.98이었습니다. 생수 한 병당 딱 10센트 꼴입니다. 요즘 LA 편의점에서 목이 말라 생수 한 병 사 마시려고 해도 $2~$3를 우습게 지출해야 하는 고물가 시대인데, 40병에 $3.98이라니 믿기지 않는 숫자입니다. 미국 가정에서 왜 생수를 카트가 부서져라 박스째 사 가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이나 교회 모임, 사무실, 혹은 야외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생수는 그야말로 소비량이 엄청난 필수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창고형 마트의 대용량 생수는 가계를 지키는 생필품 그 자체로 느껴집니다.

생활용품 코너가 진짜 미국스럽다

음료 코너를 지나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웅장한 생활용품 코너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미국 창고형 마트가 자랑하는 진짜 스케일의 진수가 펼쳐집니다. 오늘 가장 돋보였던 제품은 Bounty 페이퍼타월이었습니다. 분명 외관상으로는 12롤이 들어있는데, 포장지 겉면에는 실제 일반 롤의 32롤 분량에 달하는 압축용량이라고 당당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주방에서 요리할 때뿐만 아니라 집안 청소를 할 때나 기름기를 닦아낼 때 페이퍼타월을 정말 아낌없이 엄청나게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런 짐승 용량 제품들이 기복 없이 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킵니다. 화장지 코너 역시 압도적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Member’s Mark Bath Tissue 45롤짜리 한 묶음이 $24.76에 나와 있었는데, 처음 미국 마트에 온 사람들은 묶음의 어마어마한 부피를 보고 “저걸 사서 도대체 집 어디에 보관하냐”며 걱정 섞인 감탄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 집들은 차고나 대형 팬트리(Pantry), 집안 곳곳의 수납공간이 널찍하게 잘 되어 있어서 이런 대용량 구매가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한 번 사다 놓으면 몇 달 동안은 생필품 떨어질 걱정 없이 든든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대량 구매를 할까?

미국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뼈저리게 느끼는 문화적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한 번 장보러 갈 때 크게 봐서 오래 버티는 문화”가 뼛속 깊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집 앞 마트에서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조금씩 신선하게 장을 보는 방식보다는, 주말이나 특정 날짜에 날을 잡아 거대하게 카트를 채우고 오래 쓰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특히 땅이 넓고 교통 체증이 심한 LA처럼 이동 시간과 주차 문제, 그리고 개인의 시간이 곧 비용이 되는 도시에서는 이런 대용량 장보기 방식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Sam’s Club 같은 창고형 마트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것입니다.

오늘 음료 코너 앞에서 든 생각

콜라 35캔, 생수 40병, 그리고 화장지 45롤. 처음 미국 땅을 밟은 낯선 이의 눈에는 이 거대한 묶음들이 조금은 과하고 투박하며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해를 거듭하며 일상을 살아내다 보면, “아, 이게 이 넓은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가장 지혜롭고 현실적인 방식이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한 번 무겁게 차에 싣고 오면, 그만큼 나의 소중한 시간과 돈, 그리고 일주일의 에너지를 통째로 절약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결국 시원하게 터지는 청량감을 기대하며 콜라 한 박스와 생수 한 박스를 카트에 든든하게 담아 넣었습니다. 미국 생활 20년이 흐른 지금도, 카트 가득 생필품을 채워 넣는 이 소소한 장보기 풍경은 여전히 제게 살아가는 일상의 담백한 재미를 선물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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